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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A 2016 Artist Interview

INTERVIEWER : C(김영의) / DH(허주연)  - http://esca.pe.kr/escv/276145 (인터뷰 원문보기)

ARTIST : TRHD / JONGHYUN KIM / CHANGGYUN JUNG / MINT PARK / HYUNGJOONG KIM / DONGHUI KO / SUNGMIN PARK / SOJIN YOON / YOOSIN KIM / YOUSUKE FUYAMA

ESCAPE의 이번 인터뷰는 사운드 아트, 오디오비주얼 단체 WeSA입니다. 2014년 초 개설된 이 전자 음악 단체는 미디어 아티스트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전자 음악 강의와 미디어 툴을 이용한 워크샵, 그리고 크고 작은 공연을 기획하거나 참여해왔습니다. 

 

WeSA의 구심점은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동명의 오디오비주얼 페스티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모전을 통해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정하고 이를 무대에 세운다는 기본 규칙이 작가들을 위한 생산적인 텃밭 구조라면 선정작이 실현되는 무대는 새로운 체험, 혹은 개념을 제시하는 파레트가 됩니다. 이들은 국내 공모전과 함께 해외 작가/작품들을 초청/선정하여 같은 무대에 세움으로써, 전세계적인 오디오비주얼 공연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나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2016년에 진행된 WeSA 페스티벌은 새로 개장된 성수동의 Understand Avenue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페스티벌 장소보다 장소는 더 커졌으며 더 밝은 프로젝터, 더 개방적인 시설과 함께 공간은 아티스트를 위한 좋은 파레트가 되어주었고, 선정 작가들은 저마다의 특색있는 작품들을 발표했습니다. ESCAPE는 3년 연속으로 진행된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이들의 작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지난 모노엘스 (현 김유신) 인터뷰를 진행해 주신 JH님이 인터뷰에 참여해주셨고, 후야마 유스케의 번역 감수 역시 담당해주셨습니다. 또한 인터뷰와 함께 영상 기록물을 제작하여 사이트 외부적으로 이번 인터뷰가 잘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영상으로 제작된 인터뷰의 모습은 아래와 같습니다. [170110. 수정사항에 대한 위사측의 요청으로 영상 내용을 비메오 플레이어로 대체합니다]

민성기 (TRHD)

DH : 오늘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TRHD : 다미라트와 같이 [CSN : 클록 쉐어링 네트워크]라는 협업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는데, 오늘 연주한 것은 그 협주 레파토리의 수정된 버전이다. 예전에 오디오비주얼로 만든 작품 중 하나를 골라, 사운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라 생각하며 직선적인 것들을 그림 그리는 형식으로, 그렇게 만든 것에 잘 반응하는 오디오로 다시 바꿔서 에디팅했다.

C : 옆에 VJ가 있었는데, 그와는 타임클락같은 공유 시스템을 만든 것인가?

TRHD : 그는 급하게 섭외한 사람이다. 이 작품의 메뉴얼이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3차원 공간을 움직이는 것인데, 이 모습을 촬영한다라는 입장에서 카메라 프레임을 잡았고, 노브로 조정할 비주얼의 방향성 등을 간단히 컨트롤 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기획측에게 현장에서 인원을 소개받아 메뉴얼과 촬영 방법등을 간단히 소개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DH : 공연에서 사운드는 그냥 시간과 함께 흘러가버린다는 인상이 깊다. 하지만 오늘은 그걸 악보같은 느낌으로 기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록되어서 남긴다는 걸 염두에 두고 말이다. 직선적인 형태, 무한의 미로나 계단같기도 한 이런 비주얼 이미지를 생각한 이유가 있는가?

TRHD : 원래는 그림이라기보단 건축물 같은 것들에서 보여지는 느낌들, 큰 박스 형태, 같은 자리를 왕복하며 그 박스 형태가 더 공고해지는 점을 목표로 하고 만든 것이다. 오늘은 컨트롤 조종자가 익숙치 않았는지 결괌루이 되게 자유로운, 제너렉티브한 형태가 된 것 같다. 

DH : 다른 공연보다 영상의 몰입도와 집중도가 높았던 것 같다. 선을 따라가고 싶게 만드는 그런 부분들, 이해하기 좀 쉽고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본다.

C : 어제 세미나에서 말한 직선적인 개념이 연상된다.

TRHD : 본인의 경우 리듬성이란 부분이 첨부되며 가장 음악같은 형태가 나온 것 같다.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을 사운드라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것이 <비주얼적이기도 하고 텍스트하고도 가까운 어떤 것인데, 정의가 안 되었기 때문에 중간 지점에 있는 어떤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 작가들의 작품 역시 '이게 음악이다'하고 단언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지 않았는가. 궁극적으로는 음악도 아니고 비주얼도 아닌 어떤 것인데, 소설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어떤 것을 하는 형태가 아닐까?

DH : 반복적인 비트가 나와 댄스 음악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중간에 기계가 호흡하는 듯한, 쉬는 부분도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드라마틱함을 느꼈다. 클래식에서는 무반주의 카덴쟈, 재즈에서는 즉흥 솔로와 같은 비슷한 인상들이 느껴졌다. 비어있는 부분이 떠올라 인상깊었는데, 그것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TRHD : 세미나때 뉴 로맨티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했다. 그 부분 중에 <거대 서사를 무너트리는 부분묘사의 힘> 이라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에 착안해 사운드 스케이프의 어떤 부분을 계속 묘사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끝나면 다른 것을 묘사하고, 또 다른 것을 묘사하고. 이런 방향성에 대해 딱히 염두에 둔 건 없고, 내가 좋은 사운드체인을 얻었던 부분들을 무작위적으로 순서로 만든 다음에 그것들을 그 때 그 때 잼 세션하듯이 즉흥적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CSN을 같이 하는 김창희 음악가와 이야기를 했다. "공연을 준비한다면 약간 연극을 준비하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암벽등반을 준비하는 기분인 것 같다." 그 역시 이 이야기에 동의했다. 시퀀싱에 맞는 싱크를 어떤 수준에서 맞춰 진행을 하지만, 진행하는 부분 중 1/3에서 2/3은 랜덤한 파라메터를 가지고 진행한다. 싱크는 맞지만 그 랜덤한 파라메터를 가진, 랜덤한 운동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까 다른 전환이나 어떤 사운드 텍스쳐로의 전환점, 트랜지션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재즈의 그것과 비슷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말씀드릴 부분은 생성과 해체이다. 현대 예술의 두 대결구도에서 랑시에르가 이야기했던 게 있는데, 어떤 한 쪽이 계속 무언가를 완성시키려고 하는 힘이 있다면 또 하나는 그것을 해체하려고 하는 힘 어떤 경향? 같은 것을 의도적으로 절반씩 섞으려 했다. 그런 의미에서 형식은 생성과 통일성 유지를 하는 기운으로 접근할 수 있고, 중간에 풀어졌던 것은 그걸 해체하는 시도? 그걸 하나로 섞는 작업이 오늘의 작업일 것이다.

C : 만들어지고 해체되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큰 그림으로 어떤 하나의 방향성을 띄게 되는 것인가?

TRHD : 방향성은 오히려 없어진다. 해석은 그 당시 관객들의 기분, 상태나 생각, 그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부분은 내가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다.

C : 하나의 상황을 던져두고, 사람들이 관측하는 결과에 따라서 값이 달라지는..

TRHD : 맥락상으로는 세미나때 설명했던 러시아 아방가르드 이야기도 있었고, 다다이즘에서 쓰였던 개념 부분 역시 끌어 오고 싶었다.

C :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들, 질문이나 주제같은 것들이 있는가? 이는 지금 이야기로 대체 가능할 것 같다.

TRHD : 그렇다. 생성과 해체, 랑시에르가 이야기한 정치의 미학과 미학의 정치화라는 부분에 있어서, 표현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어떤 반대되는 두가지 것을 충돌시키면서 생기는 모종의 작은 장치들? 그리고 장치들이 가지는 긴장감에 집중을 했다고 보면 된다.

C : 본인은 어제 세미나가 인상깊었다. 뉴로맨티시즘과 미래주의에 대한 이야기 역시 끄집어내고 싶지만 복기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당시 뉴로맨스 운동으로 인해 80년대 에는 미래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다.. 고 말하지 않았나?

TRHD : 미래주의라 볼 수는 없고, 어떤 패션의 일부로, 펑크의 반대개념으로 통용된 것이라 본다. 그게 세미나에서도 언급한 제임스 발라드의 소설 때문에 촉발된, 어떤 지점에서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어떤 스트레스? 내지는 어떤 중압감? 을 자극한 것이고. 이런 것에 반발하는 요소로서의 기계적인 면을 예술적인 부분에 쓴다던지, 그 전에 영국에 IMF가 있었고 대규모 금융 교통들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맥락적으로는 와닫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어저께 소개를 하려다 말았던 게 <빌헬름 보링거의 스트레스에 기반한 추상 충동에 대한 논문>이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했다고 본다. 사람들이 도시의 복잡한 생활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견이다. 즉 모던이란 게 다른 게 아니라 - 내가 아침에 회사를 가려고 나갔는데 내 앞에 전혀 모르는 어떤 사람이 서 있는 것. 지하철을 탔는데 내 앞자리에 정말 내가 모르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서 있는 것 말이다. 농경시대에는 마을이 전부 이웃이었고 그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서는 낯선 타인, 언제나 내가 모르는 사람과 맞부닥쳐야 한다는 지점에서 계속 스트레스와 긴장을 유지하고 있고, 그 상황 때문에 사람들이 추상적인 어떤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논문에서 이야기하는 지점이 그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모던이 가져온 스트레스 자체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신스팝이란 지점을 만나며 서브 컬쳐에서 터져 나온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제시했던 것이다.

DH : WeSA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이나 분위기는 어땠는가?

TRHD : 일본에서 초청한 후야마 유스케 작가의 세미나를 보며, 상당히 한국에서 보기 힘든 형태의 오디오비주얼을 본 것 같아서 되게 인상깊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 역시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이 쪽 분야에서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그런 걸 많이 느꼈다. 본인은 기술적인 측면도 좋긴 하지만, 이런 행위를 했을 때 나오는 파편적인 사운드와 비주얼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으로,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어떤 이미지? 그 자체를 되게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그게 설명이 안 된다는게 중요한 점이다. 설명이 된다면 별로 멋있지 않을 것 같다.

DH : 비슷한 의견들이 많았다. 김형중 작가도 컴퓨터나 기술로만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직접 느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뉘앙스의 의견을 말했다.

C : 멍청한 질문이 될 수 있지만, 기계가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계속 언급하곤 했는데 그런 그런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TRHD : 기계가 만드는 음악관이라고 하면 구글이나 애플이나 삼성 광고에 나오는 음악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되게 미니멀리즘에 기반한 피아노 음악들, 메이저 코드로 따라라라 반복하면서 무언가 되게 희망적인 메세지를 주는. 그런 것들은 이미 알고리즘의 컴포징으로 긍정적인 기분이나 느낌,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통의 코드 이런 것들을 조합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 기계의 작곡이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기술 프로파간다적인 광고나 홍보물에서 보여지는 음악으로 이미 기계가 어떤 것을 만들 것인가란 부분을 총체적으로 제시해준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C : 재료만 많이 준비가 된다면 기계가 만들 수 있는 일만 남았다. 그런 느낌이다.

TRHD : 기술에 입각해서는 복음주의적인 세계관이랄까, 뭔가 더 해서 더 좋은 것이 늘어나고 좋아진다는 것들?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언제나 역사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거나 그 기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백그라운드를 견지해야지 자기의 당위성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분으로 자기의 의견과 이미지와 음악들을 끌고 나가는 모습들을 보여왔다. 앞서 말한 부분들이 간과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그 부분의 문제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C : 오래 음악을 한 음악가로써 젊은 사람들의 감각을 따라가기 힘들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본인의 수정된 전략이랄까.. 그런 게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다.

TRHD : 감각이란 표현보다는, 기본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속도가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속도보단 느릴 것이고, 그래서 같은 시간에 제가 이룰 수 있는 것들이 현재 젊은 세대에 있는 사람들보단 되게 적다라는 걸 이야기했던 것이다. 누군가는 코딩을 파서 무언가를 하는데 나는 그러기에는 직장도, 가정도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에서 그 부분을 되게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궁리하게 된 것이다.

시간 비용이라는 것이, 사실 취업을 하고 직장을 가진다는 건 또 다른 의미의 시간 빈곤자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하는 지점, 그리고 생각도 느리게 돌아가는 것 같다는 어떤 것들. 하여튼. (그래서인지) 좀 더 텍스트중심적이면서 근본적인 어떤 문제가 무엇인가를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왜 이런 사운드가 나오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이런 그림들을, 이런 그래픽을 추구할까라고 되짚어보게 된다. 그러면서 총체성에 입각한 해석이 되는데 그 것을 미학적인 세계관? 그런 것을 보게 되는 것 같다.

DH : 다양성을 추구하시는, 한정된 것 보다는 다른 전자 음악가들의 방향성 역시 고려하는 편인 것 같다.

TRHD : 그럴 수도 있지만, 아까 이야기했던 프로파간다적인 어떤 것, 내지는 대기업이나 기술 기반 기업들이 BGM으로 쓰는 복음주의적인 어떤 음악 형태. 이런 것들은 사실 클럽 음악에서 많이 보이기도 하고, 대규모로 소비될 수도 있고, 돈을 많이 번다. 그러나 본인 입장에서는 그런 것에 반대 입장이라고 할까, 그것과는 조금 다른 시각에 있는 작업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다

고동휘 (DONGHUI KO)

GH : 3년 전, 고등학교 3학년때 WeSA를 처음 보았다. 위사를 보며 오디오비주얼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항상 이 공연에 참여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는 영상 작업을 전반적으로 하고 있었고, 요즘 들어서는 모션 그래픽부터 3D 등의 여러 것을 배워보고 있는 단계이다. 휴학을 하며 기회가 되었다 생각해 처음으로 오디오비주얼 작업을 시도했고, WeSA에 공모를 지원해 이렇게 서게 되었다. 아마 오늘이 처음으로 제대로 이 작업을 해 본 날이 아닐까 싶다.

C : 작업 환경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묻고 싶다.

GH : 이번 작품에는 V4랑 맥스, 에이블톤 라이브 등을 사용했다. 그러나 도구에 기반한 작업보다는 아이디어에 중점을 두고 싶었다. 이번 작업같은 경우 다이토 마나베의 작업에 영감을 받아, 그와 비슷한 작업을 해보고자 키넥트란 재료를 찾았고, 그와 맞춰 내가 생각한 이미지를 유사하게 이뤄낼 수 있는 도구를 하나씩 찾아갔다고 보면 될 것이다.

C : 댄스뮤직의 느낌을 받았다. 오디오비주얼과 댄스 뮤직을 섞으려 한 것인가?

GH : 오디오비주얼에서 오디오가 되게 매력적인 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대중적인 부분을 지키고 싶었다. 자기 세계를 펼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사람들과 교감하는 방식의 작업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완전 오디오 비주얼에 중점을 둔 실험적인 부분을 떠나서 댄스 뮤직의 많은 부분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DH : 비슷한 질문이다, 인터뷰어 역시 그동안 WeSA에서 보았던 아티스트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여러 아름다운, 여성적인 면에 느껴지는 부분에서 서정성 등을 느꼈다.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스토리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GH : 이런 질문을 받을 줄 생각도 못했다. 이 작업의 배경적 스토리가 있다면, 디지털적인 부분을 접하며 작업을 해 오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게 디지털화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게 디지털화되어가는 과정을 작품 속에 녹여내려 했던 것이고. 하얀 선만으로 이뤄진 파트가 디지털적인 부분을 의미한다면, 마지막의 서정적 부분은 그 회의감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고 싶었다.

 

C : 라이브는 처음이었다고 들었다. 기분이 어떤가?

 

GH : 모든 게 처음이었고, 나이가 어려서 위축이 많이 되었다. 어린 게 얼마나 중요하겠냐만, 다른 작가들에 비해 프로그램을 다뤄본 경력이 짧아 함부로 시도를 못 했다 생각한다. 이번 작업을 하며 처음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공연을 하고 났을 때는 약간 흥분되었고 되게 즐거운 경험이라 생각한다.

 

DH : WeSA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음악을 먼저 들어봤다. 수록작에는 멜로딕한 부분도, 리스너블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에서는 시네마틱한? 면이 있었던 것을 보았다. 그런 부분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으로 사용된 건지.

 

GH : 중심적 스토리가 있지만, 그 시간의 순서는 굳이 정확하게 표현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어쨌든 주제에 맞게 큰 단락이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란 생각을 해서 댄스 뮤직이 존재하는 부분 / 모든 게 색깔이 들어가며 아날로그적으로 바뀌는? 방식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게 된 것이다. 어떤 이야기의 주제를 자세히 풀어내기보다는 그런 두 부분으로 분리해 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DH : 본인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것도 표현하고 싶었던 본인의 한 부분이었나?

 

GH : 스스로가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많은 흥미를 느꼈고, 어떻게 보면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고 내 작품인 만큼, 내 자신이 등장하는 것이 이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 생각했다.

 

C : 어린 시각에서 보는 지금의 시각이란 어떤가?

 

GH : 자세히 설명드리기는 힘들지만, 최근에 여러가지 일들을 많이 겪었다. 반년 전의 나는 거의 모든 것들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실험적인 것에 집중하고 탐구하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낼 때의 짜릿함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큰 일을 한번 겪고 나며, 흥미를 가졌던 것들이 막상 나를 위로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시점으로는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재미있는 걸 찾기보단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많이 찾는 중이다.

 

DH : 그 전에 관객이나 학생 입장에서 참여를 했다면, 직접 참여를 해 보고 나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었는가?

 

GH : 제일 중요한 건 예전부터 이 분야에 흥미를 가졌고, 항상 WeSA라는 단체에 속하고 싶었다는 열망이 있었다. 이번 기회로 WeSA에 참여하면서 많은 분들을 알 수 있었고, 내 작품을 선보인 것도 영광이었다. 정말 좋은 기회에 좋은 인연들을 만나서 최고의 시간이었다 생각한다.

 

DH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 들었으면 좋겠다던지?

 

GH :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어리다는 말은 이제 안 하고 싶지만, 아직 정말 보여드릴 게 많다. 이게 내 첫 무대였고 작품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정말 많은 작품들을 할 거고, 그럴테니 많이 지켜봐주시고 관심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C : 앞으로 어디서 공연할 것인지?

 

GH :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인연들을 알게 되었고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 이걸 바탕으로 기회들을 잡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이런 기회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 생각하고,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면 한다.

후야마 유스케 (YOUSUKE FUYAMA)

C : First. We see Your seminar in yesterdays. We Think your seminar day before Yesterday was really impressed, so can you explain about seminar a little?


WeSA에 인터뷰어로 참여하게 된 전자음악 커뮤니티 ESCAPE이다. WeSA에서 당신의 세미나를 들었고 데이터 메테리얼에 대한 이론이 인상깊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간단하게 다시 말씀해주실 수 있는가.

 

HY : Impression? or something? oh my lecture. The theme is data-material, data-materialism and it’s about the specialistic of the computer age / and digital age art, and how to use data in a art, sound visual and sound art. And I speak to, and talk to more like a what conceptual side, and historical side, and just bit my examples. And this kind of things, like seminars and lectures are not really happen a lot in all around the world, so it was really a special moment for me and (I) hope the audience get something special for my lecture in that moment.


나의 소감? 아, 나의 강의에 대해. 강의의 주제는 데이터 메테리얼과 데이터 메테리얼리즘에 관한 것으로 컴퓨터 세대와 디지털 세대 예술에서 전문성을 띈 분야이다. 또한 데이터를 어떻게 예술과 사운드 비주얼, 사운드 아트 등에 적용하는 가에 관한 것으로 컨셉적인 면과 역사적인 면에서 몇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DH : Can you explain about your program of today?


오늘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는가?

 

HY : Ok, I’m going to do an audiovisual set, and this called hyper-psycho. and this is a really inspired from the Autopoiesis it’s the system of the life, like a cells and human body or something, and this is one of the system, and I use the data in that system. And I'll put the audio in visual same time and it’s kind of the generative, so I cannot do same things in the other day. So, every time it is changed and different. (so actually, I don’t know what happen, but it’s kind of thrilling, I mean, you know, like excited. so, I’m looking for what I can do, I will do and what happen on the stage.


오늘은 오디오비주얼 셋으로 진행하며 Autopoiesis [각주 : 자기제작, 자기창출.]에서 영감을 받은 ‘hyper-psycho’라는 작품을 보여드릴 예정이다. 이는 ‘삶’에 관한 시스템, 즉 세포나 사람의 생체 시스템에서 직접 데이터를 가져오는 방식을 취한 작품이다. 비주얼과 동시에 오디오를 함께 플레잉할 예정으로 일종의 ‘발생적’인 것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전 공연들과 똑같이 할 수 없으며, 매 순간마다 바뀌고 달라지는 그런 공연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오늘의 공연에서 무슨 결과가 나올 지 알 수 없으며, 그래서 더욱 흥분되고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나 스스로도 내가 오늘 어떤 부분들을 할 수 있고, 어떤 부분들을 해낼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토포이에시스 :

http://www.sunest.co.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33&main_cate_no=29&display_group=1 
http://textlab.tumblr.com/post/41687752653/%EC%98%A4%ED%86%A0%ED%8F%AC%EC%9D%B4%EC%97%90%EC%8B%9C%EC%8A%A4

 

DH : like audience.

마치 관객과 같은 것인가?

HY : yeah, kind of? I’m also audience, and kind of fighting with computers and codes.

어떤 면에선 그렇다. 나 역시 관객과 같겠지만, 컴퓨터와 코드와 일종의 싸움을 하게 될 듯 하다.

 

C : We so your essay in your book, say digital material and new site about digital materialism think some about Buddhism and digital nihilism.
당신이 가져온 카세트테이프와 프로그램 북에서 에세이를 보았는데, 디지털 메테리얼의 새로운 흐름과 부디즘, 디지털 니힐리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책을 가져다 보여주며)

 

HY : In a Buddhism. there is one thing called Siki-soku-ze-ku, the (every)thing in this universe is empty. And a lot of the materials inside, and (it is) full of the materials, and human perception catch that kind of the materials, inside of body and brains construct the things. So the universe has nothing. And always generated the things by human perception, so it’s kind of the data in the same time. So the reality always constructed by human, like architectures. Actual in the universe everything is a part (like) atoms, or materials. So it’s kind of the computers doings same thing, so sensing or capturing the information from the other world, out of the world and make something, inside of the data, memories as an data. And I will put again. as another phenomenal. So it’s same ideas from the very old Asian age. so, I just pick up as an example. for explain what is materialism and how it works in this age.

불교에서는 색즉시공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비어 있다는 개념이다. 많은 메테리얼들이 그 안의 또 다른 메테리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람의 지각이 몸과 뇌에서 그 메테리얼들을 구조화하여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우주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항상 모든 것들이 사람의 인식으로 생성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데이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현실은 늘 사람에 의해 마치 건축을 하듯 구성되는 것이며, 실제로 우주는 원자나 메테리얼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컴퓨터와도 같다. 세상의 정보들을 데이터와 메모리를 통해 감지하고 수집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내가 무언가를 입력하면 다른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점이 오래된 동양적 관점과 통하는 부분이라, 메터리얼리즘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시대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관해 설명할 때 예를 들었던 것이다.

색즉시공 : <불교> 현실의 물질적 존재는 모두 인연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서 불변하는 고유의 존재성이 없음을 이르는 말. 반야심경에 나오는 말이다

 

DH : I think many electronical musicians can influenced by Buddhism, like minimalism or something.

많은 전자음악가들이 불교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미니멀리즘 등.

 

HY : Yeah, true. Because after like 1960s, the things coming like deconstruction, a traditional western music like classical music we called, is constructed for the some aim like a note and pulse, and making sequence and harmonic, and make orchestration. But after the orientalism, more like the ideas of the far east Asia, is just puts something and capture something already exist. So (there is) no need to operate the things for making art. like just put stone on the garden. just make garden, no need to sculpture the stones for the making some figures. But the stone already has figures and materials and the characters. So it’s one of the minimal connected to the minimalism, or like the everything like modern arts.


사실이다. 1960년대 이후로 deconstruction(해체주의)가 대두되었는데, 전통적인 서양음악,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클래식이 음이나 리듬, 시퀀스, 하모니, 오케스트레이션 등을 만들어내는 것에 어떠한 목적을 갖는 쪽이라면, 극동아시아 지역의 오리엔탈리즘적 관점에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무언가를 그대로 두고 그 자체를 지각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있다. 즉, 예술을 창조해내기 위해 무언가를 조작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원을 꾸미기 위해 어떠한 형상을 본 따 조각한 돌을 두는 대신, 자연상태의 돌을 놓는 것이 돌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 자체로 메테리얼이자 캐릭터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 점이 미니멀 장르와 미니멀리즘을 이어주고 있으며 현대 예술의 많은 부분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7459
https://en.wikipedia.org/wiki/Japanese_rock_garden#Zen_Buddhism_and_the_Muromachi_period_.281336.E2.80.931573.29

 

DH : any impression of WeSA festival?

WeSA 페스티벌에 대한 소회는?

 

HY : Yeah, today is the second day. So I don't know what will happen. But first day, my impression is the artists played last night were very skillful, and also they very good packaged. I mean really designed, very well. I really enjoyed the some of the aspect of the sound art in here, because many of types, like noise music, and audio-visual, and like more, how to say, like kind of dance music scenes. and it’s really like sound art, in this moment. not really unbalanced, its good selection and good venue, and everything really organized and designed, packaged, and really well organized, so for me, I really enjoyed and also I (am) guest people who came, was really enjoyed and had really good impression and expressions. So I really hoped WeSA will continue and keep going and more from like other countries; Korea and Japanese, Taiwanese, Chinese or something. it should be, I really feel like it’s going to be bigger.


오늘은 둘째 날이라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제의 경우 많은 아티스트들이 매우 숙련되어 있었고 또한 잘 패키징 되어있다는 느낌이었다. 잘 디자인 되어있다는 느낌. 나 역시 이곳에서 사운드 아트의 새로운 측면들, 노이즈 음악이라던가, 오디오 비주얼, 댄스 뮤직 씬에 가까운 음악에서 사운드 아트까지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불균형스럽지 않고, 프로그램의 선정과 장소 선정이 좋았으며, 모든 것이 잘 조직화 되어있고, 디자인되어 있으며 패키징되어 있다. 나는 특히 게스트 아티스트로 참여하게 되면서 매우 즐겁게 좋은 인상과 표현들을 받고 있다. 그래서 WeSA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고 한국뿐 아니라 일본, 타이완, 중국 등 더 많은 국가에서도 많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생각엔 계속 그렇게 커질 수 있으리라 본다.

 

DH : I’ve listened your tape. It was full of noises. It feels like it was. So, can you explain about that tape?

가져오신 테이프를 들었는데 내게는 마치 온통 노이즈로 가득한 것처럼 들렸다. 더 설명해줄 수 있는가?

 

HY : That tape has five songs or something, one track is quite new, I composed this year, but the other tracks are very old things one song (has) composed when I was teenage or something. And for me, it doesn’t matter what song inside. it’s more like, I used tape, and make by myself, in this MP3 age, because the media has the taste, and specialties, it kind of materialism, you know, so tape has originality as a tape, so why I bring the tape is, I came here for the talking about materialism, so just feel the material of the tape.


테이프는 총 5개 정도의 곡들로 되어있고 한 트랙만 올해 작곡한 최신의 곡이다. 나머지는 매우 오래전에 만든 곡들로 한 트랙은 10대에 만든 것 같다. 내게는 사실 어떤 곡이 그 안에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나는 내가 테이프를 이용했고, 내가 스스로 만들었고, 이러한 MP3시대에 미디어들이 다양한 기호와 특성을 가짐에도, 데이터 메테리얼리즘에 의해 테이프라는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내가 이곳에 메테리얼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러 왔기 때문에 테이프를 이 곳에 가져온 것이고, 테이프 그 자체가 메테리얼이라고 여기면 된다.

 

DH : And yesterday, did you see the TRHD, his music was drawing some lines at the screen, so it’s like in your data-materialism seminar, can you change that visual thing, to the sound, is it possible? 

그리고 어제 공연에서 TRHD 공연을 봤는지, 그의 음악은 화면에 라인을 그려냈는데 당신의 데이터 메테리얼리즘 세미나에 의하면, 그러한 최종 비주얼 작업물을 사운드로도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인가?

 

HY : Yes, sure, it’s possible. Actually, I really loved his performance. The sound was amazing, just feel I want to invite him to Japan, or some other world, other city to show his performance.

물론이다. 사실 나는 그의 무대가 정말 좋았다. 사운드도 놀라웠으며 그를 일본이나 해외로 초대해 그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소진, 김재환 (SOJIN YOON X JAEHWAN KIM)

C : 이번에는 무용수와 뒤에 3D 그래픽이 나타나는 작업을 제출했다. 작업 방식을 묻고 싶다.

 

SJ :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걸 각자 해 보자'에 큰 초점을 잡았다. 본인이 음악을 하고 김재환 작가가 모든 비주얼을 담당했는데, 컨셉 자체는 서로 이야기를 하며 무용수가 등장하는 것 까지를 잡았고, 등장 부분은 무용수가 즉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C : 작품 전체의 중심적인 키워드는?

 

JH : 처음 붙었던 단어는 '짓'이다. 가장 가깝게 붙을 수 있는 단어로 몸짓을 이야기하다보니까 버릇이나 습관같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작업 방향을 공유하면서 둘 다 공통적인, 집착이나 디테일한 부분에 매료되어서 그 부분 안에서 해결하는 작업 성향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무용수를 들이게 된 이유도, 첫번째 주제가 몸이었고 이 주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것이다. 작품의 가제는 옵세션 [OBSESSION] 이었다. 이를 실제로 퍼포머가 시연한다면 어떤 비주얼이 될까를 상상하다 틱이라는 단어를 가져오게 되었다. 실제로 작업을 보면 시간적 내러티브가 있어 선형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3차원적인 작업을 하는 것 역시 맞지만, 일단 시작은 틱 하나, 점 하나, 그런 파편들에서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었고 그에 맞춰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SJ : 음악에서는 틱 장애, 갑작스런 행동들, 어울리지 않는 일방적이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했다. 그래서 사운드에서 갑작스럽게 비트가 나온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그 틱을 묘사하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DH : 대중적인 시각에서는 팝, 광고를 연상하게 하는 편집이 돋보였다. 보다 커머셜한 작품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JH : 커머셜을 배제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편집에 대해서는) 이번 작업 같은 경우는 의외성이 많이 들어간 작업이었다. 틱이라는 것 자체가 일상적인 것에서 일상을 깨는 순간적인 움직임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작업 일화로, 안무가분께는 '그 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안무를 짜 주세요'라고 요구하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 분의 일상이, 실제로 머리를 만지거나 우리에게 말 거는 부분조차 비일상적인, 무용적인 부분이라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무용하는 장면과 함께 그 사이에 끼어드는 자연스러운 장면들, 짜놓고 나오지 않았던 나머지 부분을 통해 편집하다보니까 의외의 내러티브가 생긴 것 같다.

 

C : 다른 오디오비주얼이 그래픽적인 면이 많은데 비해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이 영화적인 편집이었다. 컷과 컷의 편집이 일반적인 필름 (영화)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도형은 어떤 의미인가?

 

JH : 작업 프로세스 자체가 음원에 맞춰서 비주얼이 나오고, 그에 맞춰서 시연을 하는 구조였다. 도형같은 경우는 그 순간의 음을 표현할 수 있는, 형상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포착하려 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공연은 영상매체 / 공연을 위한 비주얼이기 때문에 부분을 효과적으로 편집한 것이다. 본인의 계획은 모든 소리를 기호화시켜서 센텐스 [악구 : Sentence]를 만들고 이것이 패러그래프 [단락 : Paragraph] 가 되고 면으로서 작용되는 것이다. 면이 시간적인 내러티브를 갖게 되면 책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의 최종 아웃풋은 책이 될 것이고 지금 이 작품은 중간 과정에 있는 비주얼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SJ : 이번 WeSA 제출작은 그의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김재환 작가는 그래픽 디자이너이고, 이번에는 다른 작업으로 협엽을 하던 중 공연예술로써 한번 우리 작업을 표현하는 건 어떨까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아직 우리는 그 과정에 있고, 결과물은 되게 다양할 거라 본다.

 

C : 매체, 미디어를 여러가지로 다루는 사람인 것 같다. 음악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간 예술이고 영화가 공간적 이미지에 많이 의존하는데, 이는 어쩌면 서로 다른 포맷의 타임라인 차이 혹은 공간(공간성)의 차이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었나?

 

SJ : 중간중간 미팅을 하며 자주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이차원적인 작품을 생각했는데, WeSA 공연 공간을 가 본 이후 우리 생각보다 땅에 묻히는 비주얼이 많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그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재환 작가랑 이야기를 하며 '그러면 우리는 이걸 조명으로 한번 활용해보자, 그리고 그 비주얼에서 공간적인 형태의 작업을 해 보는 건 어떨까'라고 의견이 나왔다. 결국 퍼포먼스가 굳이 뒤에 등장하는 이유도, 그가 등장한 이후 그래픽이 조명의 역할을 한 이유도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본다.

 

DH : 사운드적 부분에서는 감각적인 완급 조절이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깜짝 놀래킨다거나 갑작스러운 행동 등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예민하고 감각적인 분일까 그런 걸 묻고 싶었다. 본인의 성향 같은 것이 반영이 되었는지.

 

SJ : 예상가능한 걸 싫어한다. 예민한 사람이라기보단 예상을 뒤집는 걸 더 선호한다고 표편하고 싶다. 이번 작품의 경우 다이나믹이 강한 곡이다. 그래서 싫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깜짝 놀래키는 부분에서 고막이 찢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틱이라는 걸 그 정도로 살리고 싶었다. 

 

C : 의외적인 요소, 의외성에 큰 중점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연 / 클러빙을 일탈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지금 말씀하신 의외성이 일상을 벗어난 상황에서의 공포와도 연관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모든 상황이 뒤집혀졌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나오는 공포. 그런 것을 느껴본 적은 있는가?

 

SJ : 영화를 좋아하지만 공포물은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나타날 것 같은데 계속 안 나타나는, 완급조절을 하는 그 부분이 짜증나기 때문이다. 왠지 나올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는 부분들. 하지만 나온다는 건, 사람들이 미리 알고 있음에도 그게 언제 나올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 생각한다. 그 부분을 (사운드에서 발견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용했다 생각한다.

 

DH : 무용가의 퍼포먼스가 즉흥적인 것인줄은 몰랐다. 셋의 짜여진 부분이 있을텐데, 사람들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 긴장을) 풀어주는 포인트를 굉장히 잘 잡으신 것 같다.

 

SJ : 곡 자체는 6분 50초이다. 서로 어느 지점에서 사람들이 지루해하는지를 대충 알고 있고 이를 활용하려 했다. 무용가의 경우 즉흥이 4분 이상 지속될 때 사람들이 지루해할 것이다라고 의견을 냈다. 그래서 7분 안에서 전체적으로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요소를 배치하는 연구를 많이 했다. 이는 마지막에 리허설에서 연출한 부분 중 하나인데, 처음 시작하자마자 유지영 무용수를 같이 있게 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저기 무언가 있다라는 걸 암시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옷을 벗으라고 요청했다. 만약 본인이 느끼기 지루하다면, 영상의 지루한 부분이 있을 때 그걸 벗어달라. 시선이 확산되는 것을 의도로, 무용수가 등장했을 때 모든 포커스가 그에게 맞춰지도록. 그런 것 등을 염두에 두었다.

 

C : 스크린의 인물이 실제로 나와 인터뷰어 본인도 신선함을 느꼈다.

 

JH : 비주얼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차원이었다. 처음 컨셉에서 2D에서 3D로 전환되는 그 지점을 어떻게 만들까 많이 고민했다. 중간에 등장하는 기호 역시 의도했던 건 2D로 보이지만 사실은 3D다, 이런 것들을 기호에 내포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만약 안무와 별개로 그래픽만 존재했다면 그게 더 잘 보이게 연출했을 것이다. 책이라는 공간에서 이 문제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 포맷이 확장된다면 책은 완전한 2D일 것이고, 각 면에는 2D의 기호들이 보이겠지만 플립북 [flipbook : 종이책 애니메이션] 같은 형태의 작업에서는 책의 시간성과 3D의 오브제성을 같이 가질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을 정말 많이 공유하며 작업이 이뤄졌다.

 

DH : WeSA에 대한 감상은 어떠셨는지.

 

SJ : 이런 규모의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운영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작가 입장에선 무척 고맙다. 본인은 작곡가지만 거의 사비를 들여서 전자 음악 작업물을 제출하고, 공연을 하는게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소수의 분야인데, 이 분야에서 퀄리티와 환경이 보장되는 곳에서 작업을 같이 하고, 많은 작가가 같이 생각을 나누고 작업할 수 있다는 환경이 조성된 게 가장 좋다.

 

JH : 본인은 학부 학생이다. 디자인 융합이라는 수업에서 타이포그래피라는 분야를 보며 관심을 가졌는데, 왜 한국에서는 이 분야가 음악과 엮여서 이야기되지 않고 있을까에 의문을 가졌다. 내가 하고픈 작업은 '책장에 꽂아만 놔도 흐뭇한 악보를 만들고 싶다' 이다. 기보도 타이포그래피일 수 있는데 그걸 아름답게만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으로 소진 작가를 소개받은 것이다.

 

SJ : 재환 작가가 먼저 찾아왔는데, 그 당시에 작업의 기회가 없었는데 먼저 일을 의뢰해주셔서 되게 고마웠다. 이후 6개월정도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서로 어떤 작업을 했는지, 계속 이런 걸 공유하는 게 6개월 정도 걸렸다.

 

DH : 혹시 특별히 작품이나 본인이 추가하는 방향성에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는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

 

SJ : 관객들보다는 작가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본인은 아무래도 비주얼이 전문이 아니라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협업을 진행하면서 재환 작가랑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가능성이 무한하게 확장되는 걸 느꼈다.  그런 작업들의 시도는 협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음악으로, 비주얼로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가능성을 닫아두기보단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공연을 하게 된 케이스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관객들에게는.. 잘 모르겠지만 관객분들의 생각이 사실 궁금하다. 어떻게 봤을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박하진 (MINT PARK)

C : 이번 작품의 모티브를 설명해달라.

 

BK :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시공간의 변화와 트랜스포메이션 / 변신이 주제였다. 그래서 관점에 따라서 우리가 보는 시간과 공간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무용수들이랑 같이 작업을 했는데, 댄서들의 몸을 단순히 무대 위의 움직이는 오브제가 아닌 좀 더 다양한 매개체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음악과 무용과 움직임과 시공간을 사용하는, 관점적인 시각적 효과를 대조되게 하는 게 키포인트였다.

 

C : 무용수들의 역할은 어떤 것이였나?

 

BK : 다양한 매개체를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우선 무용수들이 입은 의상이나 소품에 컨텍 마이크를 붙여서 다양한 비트나, FM 모듈레이션 등의 다양한 사운드를 내는 소스로 사용을 했다. 조명 대신 무용수들에게 손전등을 줌으로써 무용수 입장에서는 그들이 볼 수 있는 관점을 조정하는 역할을, 또한 그게 자신에게 비춰지면 관객 입장에서 보는 또 다른 오브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시청각적으로 공간을 확장시키고 축소시키는 그런 매개체의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C : 무용수들 세 명이 각각 하나의 관점이 되는 것으로 보면 되는가?

 

BK : 그렇다. 이 작품의 관점은 세가지인데, 무용수들이 비춰주는 관점 / 관객이 보는 관점 / 그리고 다른 디바이스, 카메라나 사람이 아닌 기기에 의해 보여지는 전체적인 관점. 이 공연은 LA에서 먼저 시연했는데, 그 당시 아예 조명이 없는 곳에서 하니까 카메라 초점이 자꾸 사라지곤 했다. 때문에 카메라가 굉장히 노력을 해야 했는데, 초점을 흐렸다가 다시 어느 쪽에 포커스할 건지를 결정하거나, 자기가 알아서 (Auto Focus로) 초점을 맞추거나 하는 작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느껴졌다. 물론 카메라를 우리가 조종하는 건 아니지만 공연 자체 내용에 의해서 다큐멘팅까지 관점적인 요소를 둘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C : 다큐멘팅이 하나의 새로운 요소가 된 것인가?

 

DH : 피드백이 되었고, 새로이 반영된 것이다.

 

C : 요즘 가상현실, VR 컨텐츠 같은 역시 보는 관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체험요소로 인식되고는 한다. 관점에 대한 시각을 이야기하다보니, (이 작품에도) 그런 방법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BK : 관점이라는 건 심리학적인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단순히 시각적인 관점만 아니라 우리의 경험에 의해서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VR이나 AR같은 경우는 표면적인 관점을 넓히는 작업이라 본다. 현실을 재현하는 행위는 굉장히 이질적인 [편집자주 : uncanny, 낯섦]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구미가 당기는 서브젝트 [Subject]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

 

DH : 이번 공연이 아름답다는 피드백을 많이 한 것 같다. 탐미적인 부분들이 있었고, 사운드적으로도 상당히 감각적인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표현하는 방식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가? 이를 무용으로 풀어낸데는 이유가 있는가?

 

BK : 본인은 멀티미디어라는 작업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앞서 말한 현실의 재현이라는 컨셉은 한가지의 미디어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 자체의 여러가지 감각의 한계, 그 팔레트에 있어서 사운드, 비주얼, 움직임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는 공간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운드 아티스트라 생각하는데, 그래서 무용수들과 무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미디어 작업을 하는 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을때는 희은이라는 안무가 친구가 있었다. 학교에서 만나서 그의 작품을 보고 워크샵 하는 걸 봤는데, 수많은 외국인들 친구들 중에서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희은아, 내 이름은 민트라고 하는데 우리 플래시라이트로 작업 한번 해 보지 않을래?' 그래서 이렇게 제안한 것이다.

 

DH : 이번 프로그램에서 즉흥이 들어간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BK : 안무적인 부분에서 즉흥이 많이 들어갔고, 사운드 초반에 무용수랑 사운드가 결합되는 부분에서 무용수들이 사운드 트리거하는 부분도 즉흥이었다. 작곡 면에서는 초연을 했던 공연이기 때문에 셋 그대로 진행했다. 다만 비주얼을 진행하며 뒤에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데이터에 따라 두 대의 키넥트를 사용해 질감을 오토메이션으로 조정한 점이 있었다.

 

DH : 아티스트는 창의성에 제한이 있으면 안 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상당히 열려있는 아티스트란 느낌이 들었고 좀 더 많이 열려있고, 많은 걸 차용하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본인의 성향이나 추구하는 바와 맞닿아있는지.

 

BK : 해방적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창의성에 제한을 둔다기보다는 제한적인 요소로 인해 창의성이 생긴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무한한 옵션이 또 다른 걸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제한에서부터 다른 관점을 만드는 요소들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좀 더 해방적이라고 한다면,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C : 쉽게 이야기해 툴이 단순할 때, 사람들은 그 제한을 어떻게든 넘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DH : 개인적인 감상은 어땠는지.

 

BK : 노이즈에서부터 데이터 아트, 혹은 비주얼에 좀 더 중점을 두시는 분도 있고 사운드에 중점을 두시는 분이 있고, 추상적인 생각을 형상화 [컨셉츄얼 : Conceptual]한 작업 역시 있었고. 그래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고, 그 다음에는 서울이라는 곳의 특성,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입장에서 보면 (이 곳이) 유니크하고 오픈된 커뮤니티인 것 같이 느껴지곤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성민, 정창균 (SUNGMIN PARK / CHANGGYUN JUNG)

C : 두 분이 같이 무언가를 기획하고 계시다 들었다.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SM : 지금은 이야기 단계에 있다. 지난 번 WeSA에서 할 일의 큰 덩어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아 이제 현실화할 단계에 있다.

 

CG : 단순히 곡을 쓰는 게 아닌 좀 복합적인 공연 내지는 시스템 자체를 만들고 싶다. 특히나 음악가에게 취약한 게 조명이기 때문에, 사운드 조명을 포함해 영상, 내지는 곡의 시퀀스나 디바이스, 심지어 미디어용 테이블을 따로 만드는 것 까지 말이다.

 

C : 공간 자체를 인스톨레이션 하는 것처럼 들린다. WeSA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서로는 서로에 대한 공연 느낌을 어떻게 받았는가?

 

CG : 성민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는 이번에 봤을 때는 이전 작업에서 쓰였던 것들이 다 묶여서 나왔구나. 한번 정리가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C : 작업 노트나 에피소드 같은 게 있었을까?

 

SM : 글쎄, 딱히 목표나 계획을 설정하는 편은 아니다. 어쨌든 아시다시피 1년동안 계속 앰비언트 무라는 공연을 했고, 거기서 실행한 요소들을 총 정리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CG : 본인의 경우 원래 4년 전, 처음 오디오 비주얼 공연을 할 때 만들었던 것을 바탕으로 재작업했다. 개인적으로 한번 했던 것을 다시 그대로는 잘 안하려 한다. (이번 곡같은 경우는 좀 이례적인 케이스였고.) 이번 것 같은 경우는 기존에 있던 회로 구성들, 어떻게 보면 해킹이나 바이러스적인 느낌으로, 재구성의 개념으로 작업을 했다.

 

C : WeSA 2014년에 했던 것과는 다른 것인가?

 

CG : 2014년에는 반전, Reversal. 그 때는 전기적인 노이즈를 위주로, 한 필드에서 녹음했던 소리들을 썼다. 작은 걸 확대하고 큰 걸 축소하면 보면 되게 이질적인데 그런 개념으로 작업을 했다.

 

C : 이번의 방사형 이미지들은..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을 이야기했는데?

 

CG : 원래는 디바이스 바탕의 서킷 밴딩 라이브를 하려 했다. 서킷 밴딩이란 것이 원래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지 않은가, 엉뚱한 데서 피드백을 주거나 서로 만나면 안 될 신호를 만나게 하는 등. 그러다보니 결국 디바이스에 무리가 가서.. 공연하기 일주일 전에 사망하셨다. 결국에는 공연 당일에는 샘플링했던 소리를 쓰게 되어 좀 아쉬웠다.

 

C : 박성민 작가의 이번 공연은 처음에는 라이브코딩 스크린을 생각했는데, 그게 건물이 되고 도시 전체로 전개되며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었다. 빌딩 시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SM : 작년에 이어 비슷한 컨셉으로 가면 공모 선정에 '어 얘 발전이 없네?' 하며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시작은 그렇고, 건물은 쉬운 구현을 위해서였다. 곡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각형이니까, 그러면 (사각형으로 만들 수 있는 게) 건물이지 뭐.

 

DH : 코드로 만들어진 빌딩 숲이 아름답고 신기하다 느꼈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이런 장르의 음악들이 굳이 화성을 따지면 마이너한 느낌이 많은 데 이번에는 디자인을 포함해 메이저 느낌이 많았다. 밝고 희망적이고 미래적인 메세지를 담으려 했는지, 혹시 그렇게 추구하는 바가 있었는지..

 

SM : 참여하신 모든 작가들이 각자 기술적 수준이 있지만, 어쨌든 본인이 최종적으로 들리는 건 좀 쉬웠으면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구성이나 네러티브를 좋아한다.

 

DH : 2회째 참여하시면서 느껴지는 차이는?

 

SM : 어쨌든 올해를 해서 느낀 건데, 좀 시끌벅적하게 했단 느낌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작년에는 좀 잔잔하게 진행된 것 같고. 이번에는 사람들도 많았고 같이 참여하신 작가들 중에 아는 분을 찾을 수도 있었고, 김유신 작가와도 작년보다 많이 친해졌다.

 

CG : 1회는 제일 아쉬웠던 게 다들 비슷한 느낌들이 많았다. 제너레이팅 위주이기도 했고, 공간도 일반적인 곳이 아니고, 화면 비율 자체도, 관객들이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문제 등 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작년에는 보다 다채롭게 한 것 같다. 제너레이팅 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도 있었고, 올해 그게 가장 확장된 것 같다.

 

C : 개인적으로 정창균 작가의 작업이 궁금하다.

 

CG : 워낙 벌려놓은 일이 많았다. 전시 접근하는 것도 있고 필드레코딩, 사운드스케이프, 오디오 등등. 그 방법들이 지금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본다. 찾아가는 과정 중에 하나이며 앞으로 4년 정도는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

 

C : 과정을 찾아가는 스타일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인가?

 

CG : 전시쪽은 그나마 정리된 것 같고, 오디오비주얼은 좀 더 해 볼 것들이 많다. 올해 박성민 작가와의 프로젝트 역시 정리되면 다른 것도 해 볼 생각이다. 연극쪽도 해보고, 전시쪽도 미디어쪽도, 인터렉티브 설치 컨텐츠 만드는 일도, 영상 시스템 만드는 일도 해 봤는데 지금 딱 하나 못해본 게 있다면 무용수와의 작업이다. 성민 작가와의 작업이 끝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만들어보고, 제대로 된 무대연출과 무용수 등을 구해서 해볼 욕심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다 해보고 그 중에서 가지치기 해서 남은 게 내 것이 아닐까. 지금은 아직까지도 지금 찾아가는 단계이다.

 

C : 창균 작가의 작업 일관성? 하나만 남겨두라면 남겨둘 수 있는 하나의 법칙이 있다면?

 

CG : 음악에서 소리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시각적인 요소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오감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게 청각이라 생각한다. 영화에서, 필름 기반의 작업에서는 여러 공간을 하나로 합친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런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게 소리라 본다. 각자 해석은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파도소리를 들으면 그 이미지가 생각나고, 내지는 벌레소리에서 논두렁을 생각하는 경우. 여러개의 이미지를 겹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소리라 생각한다. 특히나 환경적 요소들.

 

C : 소리가 일종의 지역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쪽인가?

 

CG : 지역적일 수도 있고, 보편적일 수도 있다. 민속 악기 중에선 날씨에 관련된 악기들이 정말 많다. 개구리소리 나는 전통악기 귀로부터 시작해서 레인스틱 등등. 그런 건 보편적이라 본다.

 

DH : 이번에 세미나는 어떻게 봤는가?

 

C : 두 세미나가 정 반대 스타일에서 접근했다고 본다.

 

CG : 그냥 이런 식으로 접근했구나, 프로그램 짜서 돌리는구나 정도.. 오히려 본인은 민성기 작가에게 인상을 받았다. 욕심이 나는 게 있으면 개인적으로 찾아보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건 사실 크게 흥미가 없었다.

 

C : 성민 작가에게 음악가의 목표를 물어보고 싶다.

 

SM : 본인은 그런 걸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어떤 추구해야 하는 가치나 풀어나가고 싶은 것, 지키고 싶은 어떤 그런 것들도. 예전에는 우선순위를 많이 생각했지만 요새는 프로페셔널한 것을 추구하고 싶다. 이건 꼭 돈 문제는 아니더라도, 물론 돈은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요청에 100% 해줄 수 있는 능력, 가령 기획자들이 본인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몫을 충분히 해줘야 하는 부분을 생각하는 것이다.

 

DH : 그 공연의 컨셉에 맞는 부분을 본인이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 기획자의 요구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대처할 수 있다.

 

SM : 더 나아가서 조금 더 유명해지면 관객들이 요구하는 것?

 

C :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좀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고민이나?

 

SM : 항상 어느 정도에서 타협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WeSA 공모 기준에서 진행중 / 아이디어 상태 역시 가능하다 했지만, 어쨌든 그 공모 기간 안에는 완성된 형식의 작품을 내고자 한다. 떨어질까봐 그런 것도 있고. 그래서 WeSA의 공모가 일주일 정도 연기되면 참 좋다. 그 추가시간에 작품을 완성해서 낸 적이 참 많다.

 


김유신 (YOOSIN KIM)

C: 가장 많이 참여한 아티스트 중 한명이다, 오랫동안 무대에 선 입장에서 WeSA의 발전 같은 게 보이는가?

 

K: 조금씩 사람도 더 많이 오는 추세인 것 같고, 공간을 비롯해 장비나 사운드 등이 좀 더 개선되는 것 같다.

 

H: 일전 이스케이프와의 인터뷰에서는 WeSA 공연이 준비가 많이 필요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준비를 잘 하셨는지,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둔 건지 묻고 싶다.

 

K: 개인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초청을 해주셔서 나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작년과 비슷한 비주얼이나 전면적으로 오디오를 수정했고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뮤직을 좀 들려줄 생각이었다.

 

H: 이번에는 이전에 해왔던 것과 다른 방향성을 염두에 둔 것 같다.

 

K: 원래는 어레인지를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음악적인 요소를 빼고 랜덤한 사운드, 내지는 아날로그, 모듈러틱한 사운드를 구현하려고 했다.

 

C: 모듈러 사운드로 바꾼 이유가 있을지?

 

K: 좀 더 다양한, 예측할 수 없는 사운드? 좀 더 불규칙적이고 배음도 훨씬 많기 때문에 풍성하게 들릴 수 있다.

 

C: 모듈러 사운드를 구현하는데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K: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모듈러는 현실적으로 사기가 힘들고, 구현하기도 힘들어서 이번에는 가상악기를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듈러를 사용해 볼 예정이고, 지금은 일단 소프트웨어로 최대한 구현해보자가 목표이다.

 

H: 긍정적으로 시각이 바뀐 것 같다. 어떤 면에서 그런 가능성을 보셨는지.

 

K: 어떤 데에서 가능성을 본 적은 없고, 레이블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형님들이 좋은 길을 제안을 해 주었다. 그들의 공연도 보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해외 뮤지션들의 레퍼런스를 많이 참고할 수 있었고, 이쪽으로 해보면 참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음악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었는데 덕분에 의욕을 가지게 되었고, 그 방법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C: 비주얼적으로는 일그러지는 아이의 얼굴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하다. 더 일그러질 수록 우리는 거기에서 나와 다른 무언가를 느끼는 것인가?

 

K: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중성, 약간 모호함, 언캐니한 무언가에 중점을 두고 싶었다. 인간 같기도 하고 인간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자인 것 같기도 하고 남자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에서 출발하고 싶었다.

 

H: 전체적으로 랜덤한 사운드, 사운드가 나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길을 튼다는 느낌인데, 굳이 이런 방향성으로 가시게 된 이유는?

 

K: 그게 이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AI로 넘어가는 이 시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맞는 길인 것 같고.

 

H: 기존 팬 뿐만 아니라, 저변 확대나 널리 알리는 쪽에는 관심이 있는가?

 

K: 저변 확대는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확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기호가 더 다양해지고 사람들이 듣고 있는 장르의 개수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 점차 레프트필드 뮤직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김종현 (JONGHYUN KIM)


H: 오늘 분위기에 대해 묻고 싶다.

 

K: 보통 이런 실험적인 컨셉의 콘서트를 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들도 많이 오고 전체적으로 집중도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열기가 넘치고 좋았다.

 

C: 처음 공연한 것을 보았다. 테이블 위에 센서를 깔아놓고 모션을 이용해 연주한다는 점에서 테레민을 떠올리게 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K: 초소형 카메라 2개로 만든 3D센서라 할 수 있다. 내 손이 센서로 가면 제 손과 센서 사이의 거리를 잴 수 있고, 손 위치에 따라서 프로그래밍 된 방식으로 사운드가 나가는 방식이었다. 내 손이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내려오는지 꺾이는지 이런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 후에 그 값들을 받아서 실시간 신디사이징을 했다고 보면 된다.

 

DH: 원래는 클래식을 전공 하셨다고 들었다. 어떻게 컴퓨터 기술적인 부분을 접목한 것인가?

 

K: 본인은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좋아했고, 국민학교 때 부터 GW베이직 등의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시작을 했다. 원래는 공대를 가려 했는데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멀티미디어 프로그래밍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갑자기 음악에 깊은 흥미를 가지고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게 되었다. 대학교 학부 때는 기악음악을 전공했고, 독일로 유학을 가면서 전자음악으로 전공을 바꿨다. 전자음악으로 바꾼 데는 종이나 악보에 대한 거부감이 한 몫을 했다. 21세기 사람으로써 구시대에 만들어진 도구/악기를 쓰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고, 과거에서 관습적으로 쓰던 도구들을 쓰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진화된 것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생각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프로그램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C: 클래식 전공을 하시면서 프로세싱의 변경을 느꼈다고 정리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의 현대음악, 클래식 음악들 역시 19세기, 20세기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다른 아티스트도 이런 방법론을 많이 접하고 있는가?

 

K: 시도는 있지만 어렵다. 클래식 / 20세기 모던 음악을, 작곡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들이 컴퓨터 음악으로 넘어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진입장벽이 높은 게 그 이유 중 하나인데, 본인을 포함해 음악가이면서 동시에 프로그래머가 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사실상 음악만을 공부했던 학생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부해서 두 개를 같이 융합한다는 건 머리가 좀 다른 쪽으로 돌아가야 하는, 어렵기보다 차원이 다른 문제가 아닐까. 

 

DH : 작곡이나 클래식 음악에도 수학적인 부분이 있지 않는가.

 

K :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수학적 지식과는 차원이 다른 작업이라 생각한다. 작곡에서 사용하는 음정관계, 장 3도 장 5도, 완전 5도를 계산하는 것은 물론 수학적인 부분일 수 있으나, 프로그래밍은 이게 더 구조화되면서 다른 논리를 요구하게 된다. 그래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해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C : 이번 작업을 하시면서 가장 작업에 방해가 되었던?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고민의 지점이 있었는가?

 

K : 나의 경우는 모션을 음악으로 변환하는 거였고, 거의 내 몸에 붙어있는 악기를 연주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테레민과는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작동원리가 많이 다르고. 우려했던 점은 소리와 오디오, 오디오와 비주얼이라는 장르에서 그 행위와 사운드를 1:1로 매칭한다고 했을 때, 하지만 그 상태가 어떻게 보면 고정된 그 (1차원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일단 움직이는대로 소리가 난다는 건 좋은데, 그걸 좀 더 넘어서서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음악이 인공지능에 의해 흘러간다거나, 더 발전된다거나 그런 걸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 작업은 그래도 1차적으로는 성공했다 보고 앞으로는 좀 더 다차원적인 걸 시도해보지 않을까 한다.

 

DH : 자의적인 해석이 더 많이 들어가고 그럴 것 같다.

 

K : 인공지능이 둘 수 있는 수는 인간의 직관에 의해 결정되는 것과는 차원이 완전히 달라진다. 알파고가 사람이 둘 수 없는 수를 둔 것처럼 말이다. 음악 진행에서도 인공지능적인 방법을 도입했을 때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음악은 아니지만 굉장히 임팩트있는 것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C : 다른 공연을 보며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들이 있는가?

 

K : 마지막, 민성기 작가의 곡에서 영감을 받았다. 선들이 자기 멋대로 가면서 그림을 그리고, 나중에 큰 그림을 봤을 때 그려지는 구조물같은 형체들. 거기서 큰 인상을 받았다. 만약 내가 그런 작업을 해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선을 그리게 한다면,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과 같은 것을 해 보고 싶다.

 

DH : 이미 작곡하는 프로그램도 있는 걸로 안다.

 

K : 작곡 프로그램에 대한 딜레마는, 음악성의 정체를 알아내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점이다. 음악성이란 건 사실 설명을 할 수 없는 개념이라 본다. 우리가 누구에게 음악성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음에도, 들으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음악성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음악성이 없는 애에게 그런 걸 만들어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난 아직도 음악성의 정체를 잘 모르겠다. 내가 가르칠 수 없으니 음악성이라는 개념을 컴퓨터에게도 가르칠 수 없지 않을까. 머신 러닝/딥러닝 같은 기술이 개발되면 패턴을 가르칠 수는 있겠지만, 음악성을 가르치는 것은 다른 문제라 본다. 그래서 한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컴퓨터같은 패턴이나 프레이즈가 나오고, 이해할 수 없는 식으로 음악이 흘러가는 게 하나의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DH : 정리하는 질문을 드리겠다. 이번 곡에 대한 정의, 혹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K : 한 관객분이 나에게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춘거냐고 물어보았다. 그게 아니라 제가 카메라 센서로 연주를 한 겁니다. 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러니까 악기를 개발해서 연주를 했다, 그거 하나만 전달하고 싶다. 다른 건 괜찮으니까. 그거 하나만.

 

김형중 (HYUNGJOONG KIM)


C :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던 주제가 있었을까?

 

KH : 이번 작품의 주제는 생명의 진화로, 생명이 어디서 왔고 우리 인간이 어디로 앞으로 나아가게 될까라는 것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시작한 작업이다. 큰 주제와 컨셉이 명확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은 없었고, 다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고민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등을 생각했다.

 

C : Constant Value #6에서 이 작품을 먼저 봤다. 그 때 반응이 어땠는가?

 

KH : 사람들이 많은 감동을 느꼈다고 말해주었다. 그 전에도 실험적인 오디오비주얼을 했지만, 완성된 큰 작품을 보여줬던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반응이 너무 좋았고, 이미지나 컨셉이 명확하기 때문에 연락 온 곳도 굉장히 많았다.

 

C : 작업을 전개하면서 살이 붙어나가는 과정이나 구상의 전개도같은 게 있었나?

 

KH : 생명 자체가 우연한 발생 지점에서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미생물, 어떤 원소의 집합들이 우연적으로 합쳐지면서 생명이 발생하는 과정을 모티브로 삼아서, 처음에는 소리들과 비주얼이 무작위로 선택되고 그게 점점, 공학에서 사용하는 유전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소리가 진화해나가는 방식을 짜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모든 소리들이 다 섞여져서 완전한 노이즈 상태로 진화하는 이런 과정을 크게 머릿속으로 잡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C : 소리 면에서 본다면, 작곡같은 경우에서는 신스의 가장 기본적인 - 사인 웨이브같은 것에서부터 시작을 한다고 볼 수 있을까?

 

KH : 사실 사인 웨이브 자체가 가장 자연적인 소리는 아니라 하더라. 가장 자연적인 소리는 정말 자연에서 나는 소리 그 자체인데, 아무래도 다루고 있는 것들이 디지털이다보니, 지금 우리가 인간이 지금까지 진화해왔는데, 여기서부터 디지털 세대의 인간이 어디로 진화할 것인가라는 컨셉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디지털 사운드 중에서는 가장 순수하다고 하는 기초적인 사인 파형들, 이런 것들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것이다.

 

C : 오늘 시연작은 지난번 공개했던 모습과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바뀌었을까?

 

KH : 전체적 흐름은 같은지만, 가장 큰 부분은 시간이 부족해서 못 넣었던 DNA 이론에 바탕한 이미지들이 추가되었다. 올해 Artience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했고, 거기서 실제 DNA연구를 하는 박사님과 협업을 할 기회가 있었다. 덕분에 지난 작품이 단순히 랜덤적인 DNA였다면 지금은 실제 인간의 DNA에 바탕을 가지고 점차 진화해나가는 알고리즘을 짤 수 있게 되었다.

 

C : 사람들이 지금, 혹은 나중에 이 공연을 본다면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볼 수 있을까?

 

KH : 이번 작품은 생명의 진화라는 주제를 2D 평면 스크린 이미지에서 보여주고 있으나, 다른 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설치작업들, 빛 혹은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설치 작업 역시 진행하고 있다. 평면 작업을 벗어나서 3D 설치 작업에서 생명이라는 주제가 표현될 수 있을지를 좀 더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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